소통

중년, 책을 어떻게 읽지? : 북클럽 비교

크크 / 2022-03-21
책읽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독서를 집요하게 강조하는 시절에, 그런 집안에서 자라서 그렇다. 그런데 내 상황이 달라져감에 따라 책읽기도 달라진다. 친구 하나는 마음이 평온해져서 책을 읽는단다. 공부도 마음이 평온해져서 한다고 하니, 비슷한 연배라도 우리는 류가 다르다.

나는 책을 허겁지겁 읽는 것 같다. 맘에 드는 책이면 오아시스를 만난 듯 게걸스럽게 읽고 또 읽는다. 그리고 꼭 숙제하듯 읽는다. 저자의 주장이 뭔지 알아내겠다고 몹시 피곤하게 읽는 편이다. 참 답답한 인생… 하지만 어쨋든 오랫동안 책은 저자와 나의 대화라고 생각하며 읽어왔다.

그런데 나이 오십에 들어서니 문득 독서모임이라는 데 참여하고 싶어졌다. 나이가 들어가니 저자의 주장이라 할 지라도 그게 어디 정답이겠나 싶었고, 다른 이들은 그 책을 어떻게 읽는지가 점차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본격 확산되던 2년 전, 활발하던 독서모임들이 오프라인 모임을 제한하는 방역대책 때문에 타격을 받기 시작하던 때, 하필 그 때 그런 욕구가 일었으니 타이밍도 참 안 좋다.^^

우선 눈에 들어온 건 트레바리였다. 코로나로 인해 줌 활동을 확대하면서 현재 6만명의 회원을 가진 대표적인 독서토론 커뮤니티다. 트레바리라는 순우리말 이름이 '남의 말에 반대하기를 좋아한다'는 뜻이라니, 마음이 끌렸다. 전문가 또는 다독가가 클럽장이 되어서 한 주제에 대한 책을 한달에 1권씩 읽고 독후감을 내고 모여서 토론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4개월동안 4권을 읽게 되고, 비용은 19만원~21만원. 시작한지 올해로 6년 째라고 한다. 참여후기들을 보니 타 커뮤니티에 비해 전문적이고, 책을 제대로 읽게 되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 독서토론이 중심이다.

***** 20대와 30대가 주류다. 50대는 없다! *****

그런데 망설이다가 참여를 못했다. 참여하는 이들이 20~30대들 뿐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돈도 있고 시간도 있는데, 안구건조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책을 읽을 의지가 충만한데, 누가 누구에게 배우는 관계가 아니니까 자식뻘 되는 이들이 클럽장이어도 다 넘어갈 수 있는데… 구성원들이 젊은이들 뿐이라는 건 좀…

20~30대와 일을 하면서 알았다. 그들이 나를 얼마나 불편하게 여기는지. 한껏 부푼 마음으로 설레며 왔을텐데, 내가 "서프라이즈~" 하고 등장을 한다면? 오. 노노. 그래서 물러섰다.

다음으로 아그레아블. 여기도 비슷했다. 그 외에도 욕망의 북카페에서 하는 북클럽, 열정에 기름을 붓는다는 크리에이터스클럽의 독서모임도 있다. 모두모두 청년들의 아지트 같은 느낌.

우리 연배 작가님이 운영해서 반가운, 다소 느슨한 느낌의 김영하의 북클럽도 있다. 가입 절차는 없다. 선정된 도서를 읽은 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리뷰나 감상을 올리면서 #김영하북클럽 해시태그를 붙인다. 월말에는 김영하 작가님이 인스타그램 라이브방송에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라이브방송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클럽장을 팔로우하고 라이브방송에 접속하면 된다. 한달에 한권. 김영하 작가님의 추천책 읽기. 한 마디로, 실시간 상호 교류는 없는 셈이다.

그외에도 서점이나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웅진북클럽이나 교보의 종이산책단 같은, 더더 느슨한 형태도 있다.

하, 정말 세상은 넓고 선택지는 많다. 수백 개 채널을 놓고 리모콘으로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앉아 있는 꼴이다. 처음에는 나이가 걸려서였지만, 어떤 것은 너무 구경만 하고 있는 거 같은 포맷이라서 마음이 안 당겨지고, 또 다른 것은 너무 느슨해서 어영부영 안하게 되었다. 그 시절 불었던 욕망의 바람이 이내 사그라 들고 훌쩍 2년이 흘러버렸다. 물론 그게 다 핑계 아니냐고 하면 할 말은 없다.

그런데 우리 박대표가 중년의 독서모임을 하겠단다. 이번주말 <다시배움>에서 첫번째 독서모임. 무료인 이 모임에 신청자들 10명이 이미 찼다.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이 모여서 책을 놓고 이야기를 나눈다. 정확한 숫자는 모르지만 정서적으로는 비슷한 연배일 거라서 근거없는 신뢰감과 유대감으로 모임이 시작되리라 기대한다.

나는 신청은 안 하고 슬쩍 구경해볼 마음에 기대감이 올라왔다. 이곳의 소통이 어떤지 느껴보면 나의 독서모임에 대한 까탈스러움이 핑계인지 아닌지도 구분이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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