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5년 1% 성장률 하락의 법칙: 창의성 교육만이 살 길

크크 / 2022-03-23
박대표가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이 나라를 어쩌면 좋냐'고. '우리 자식 세대들은 어떻게 사냐'고. 걱정할 시간이 있으면 그 시간에 당장 행동하라던 박대표가 웬일일까? 의외였다. 코앞에 닥친 먹고 살기도 빠듯하고, 그 일이 큰 일이라 해도 내가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으랴 싶어 접어 두고 사는게 이런 일 아닌가. 그래도 박대표 말이 맞기는 맞다. 내 자식들의 미래가 암울하다는데 얼른 강의를 찾아봤다.

"90년대 초반부터 지난 30년동안 그 어떤 정부도
5년마다 1%씩 떨어지는 장기 경제성장률의 법칙을 깨지 못했다.
곧 제로성장률에 도달할 것이며, 바닥 아래에는 지하가 있다."
-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

이 강의는 KBS가 석학들을 모시고 2022년 신년기획으로 준비한 <다음이 온다> 시즌1, 4부작 중 2부로 지난 1월 방영한 강의다.

50여분간의 강의에서 김세직 교수는 그간 우리가 어떤 경제적 성취를 이루었는지부터 시작한다. 우리는 열심히 일하면 집도 사고 부자가 될 수 있는 유토피아를 달성한다는 목표 아래 60년부터 90년까지 30년간 매년 8%수준의 초고도 성장을 이루었으며 현재 경제규모로 세계 10위권 나라에 진입했다. 저 30년간의 눈부신 성장은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일이었기에 김교수의 스승이셨던 루카스 교수는 원인을 분석했다고 한다. 바로 인적자본. 대한민국은 당시 인적자본에 대한 세제와 인센티브 지급으로 효과적으로 인적자본을 축적할 수 있었다고. 그것이 성공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90년대 초반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장기성장률을 기준으로 분석했을 때, 김영삼 정부 6%대, 김대중 정부 5%대, 노무현 정부 4%대, 이명박 정부 3%대, 박근혜 정부 2%대, 문재인 정부 1%대(추정)로 추락하고 있다. 5년 1% 하락의 법칙. 보수든 진보든 어떤 다른 해법을 모색하더라도 모두 1%하락의 법칙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 법칙대로라면 새 정부는 0%, 다음 정부는 마이너스로 떨어지고야 말 것이라는 끔찍한 예언.

등골이 서늘하다. 헬조선과 함께 어디서나 들려오던 말들.

- 이대로 3%수준의 저성장기조로 가다가는 일본꼴 난다.
- 더이상 추격자의 태도로는 발전하지 못한다.
-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는 인적자본뿐이다.

하도 들어서 그런가 무감각해졌던 거 같다. 그런데 3%도 안된다고?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질 거라니. 김교수는 우선 총수요를 늘리는 경기부양책이 아니라 장기성장능력을 증가시키는 성장정책을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핵심적으로는 인적자본을 새롭게 육성해야 한다는 것. 더이상 모방에 머무르는 인력을 양성해서는 안된다. 모방에서 창조로 가는 전략적 해결책으로 세금 정책개편부터 교육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근로현장의 개혁, 새로운 시대를 이끌 리더의 자질 등등.

김교수는 우리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졌다. 개인, 기업, 국가차원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같이 고민해야 할 때라고.

모방에서 창조로! 창조적인 인간을 기르기 위해 김교수는 소속 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주는 '정답없는 문제'를 사례로 보여준다.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능력이야말로 우리가 맹렬하게 키워야 할 창조적 능력이라며 몸소 실천하고 있었다.

나는 90년대 초반에 입사해서 5년전에 퇴사했다. 5년 1% 하락의 법칙이 작동하던 시기에 일한 셈인데, 그사이 회사는 늘 위기라고 했지만 매출은 늘었고 월급도 올랐다. 이전 30년동안 축적된 성장의 열매를 누렸을 것이다.

20년차쯤 됐을 때인가? 창밖을 내다보며 문득 생각했다. '나는 20년전 신입사원 시절과 다르게 일하고 있는 가? 왜 우리 회사는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혁신을 해내지 못했을까?' 억울하고 화났던 거 같다. 20년간 열심히 일했다. 한눈팔지 않고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열심히 했는데, 내가 일하는 방식과 결과가 근사하지가 않다는 열패감 같은 것. 아마도 창의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퇴사후 안타깝게도 회사의 주가는 바닥이다. 장기성장에 대한 기대가 낮아서일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후배들도 자식들도 그러면 어쩌나. CREAVITY. 어디서부터 바뀌어야 할까. 창의적인 교육에 방해가 되는 게 부모인가? 부모부터 창의적인 교육에 대한 가치를 부여하고 그것을 격려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마음은 바쁘지만 갈 길은 멀기만 한, 묵직한 강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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