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다시배움에서 하루는 버라이어티: 코로나 피신기

크크 / 2022-03-26
코로나 피신 왔다. 온 가족이 코로나에 확진되는 통에 내가 집을 비우기로 했다. 각자 방에 가두고 식사수발을 하느니 확진자끼리 편히 생활하는 게 낫겠다 싶기도 하고, 이 기회에 나도 좀 새로운 접근을 해보리라 불끈 의욕이 솟았기 때문이다. 가방을 싼 후 각 방에 수감된 이들에게 카톡으로 나의 부재와 함께 이제 방을 탈출하라고 알리고 집을 나섰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으슬으슬 한기가 든다.

<엄마가 뿔났다>의 김혜자 배우도 떠오르고, <인형의 집>의 노라도 생각난다. 2008년에 방영된 <엄마가 뿔났다>는 대가족의 며느리이자 엄마인 김혜자가 1년만 휴가를 달라고 폭탄선언을 하고 가출하는 설정으로 화제를 모은 드라마다. 김수현 작가의 내공이 여전했던 드라마였지만 주말가족드라마가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여론 탓인지 결말은 김혜자가 1년을 못 채우고 집으로 돌아가는 거였다. 뭐 대단한 가출이라고 그 짧은 시간에 김혜자와 노라까지 상상하다니 오버도 가관. 그래도 어찌 알까. 이번 여행이 남편과 자식에 대한 의무 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무가 있다"고 일갈하던 노라가 되는 시작이 될지도. ㅎㅎㅎ

피신처는 어디? 그건 비밀. 그러나 우리 박대표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는 사실은 안~ 비밀. 그래서 오늘은 <다시배움>의 하루를 쪼끔 얘기해보고 싶다.

박대표는 오늘도 일찍부터 줌으로 몇건의 회의를 하고, 모닝산책을 즐겼다. 2시간 가량 산책으로 몸과 마음에 활기를 충전하고 <다시배움>으로 돌아오니 권실장이 출근했다. 오늘은 <애창곡만 가수처럼> 무료시범강좌가 2시부터 4시까지 열릴 예정이다. 총 4회 강좌인데, 오늘이 첫 강의라 대표와 강사는 좀더 맞춰보아야 할 것들이 남은 모양이다. 온라인 줌 강의이지만 장인아 강사는 녹음실 기능을 이용해 보겠다고 직접 <다시배움> 교육원으로 오셨다. 어라? 수강생들 두 분도 왔네. <다시배움>은 언제나 열려있는 중년들의 아지트니까. 웰컴~~ 각각 강의실 하나씩 차지하고 들어가셨다.

오후 2시! "안녕하세요~" 청량감 넘치는 장인아 강사의 목소리와 환한 얼굴로 강의가 시작되었다. 하나둘씩 수강생들 6분의 모습이 차라락~ "반갑습니다." 이제부터 박대표는 강의 전체의 흐름을 파악하느라 바빠진다. 의도한 대로 강의가 진행이 되는지, 수강생들의 반응은 어떤지, 강사와 수강생들간의 호흡은 어떤지 오감이 총동원되는 게 느껴진다.

<애창곡만 가수처럼>은 누구에게나 한번쯤 들어보고 싶은 강좌다. 지금이야 모임을 자제하니 노래부를 자리가 없어졌지만, 우리는 어딜 가나 분위기 깨는 인간이 되지 않으려면 한곡 정도는 멋들어지게 뽑아야 하는 민족 아닌가?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불러야 목을 쥐어짜지 않을 수가 있을까? 어떻게 해야 고음에서 삑사리가 안 날까? 감성을 담아 부르고 싶은데 언감생심일 뿐. 그런 우리들에게 딱인 강의.

오늘 첫 수업은 호흡부터 시작한다. 호흡의 원리부터 시범까지. 한눈에 쏙 들어온다. 코로 숨을 들이마셔 배를 부풀린 후, 납작한 커피빨대를 물고 입꼬리를 올려서 숨을 뱉어내는 거다. 배에 손도 대보고 입꼬리에 손을 대서 억지로라도 해본다. 어, 되네. 다음은 입꼬리를 올린 상태로 입속 연구개까지 열어서 울림통을 키운다. 얼굴이 엽기적으로 되는 걸 불사하고 강사가 소리 시범을 보여준다. 다들 일그러지는 얼굴에서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아~ 소리가 난다. 쉬는 시간에 잠시 나온 수강생들은 서로 기대감으로 얼굴이 상기되고 "이번에는 노래 좀 배울 수 있을 거 같아요", " 아, 뭔가 될 거 같아요" 탄성을 올렸다.

2시간이 너무 짧다. 벌써 4시반. 너무 늘어져서 오늘은 스터디 시간을 취소했지만, 우리 교육원 강좌는 2시간 강의하고 이를 함께 학습하는 '스터디'시간이 있다. 강사가 내준 스터디 숙제를 그 시간에 함께 하는 것이다. 스터디라는 단어 자체에 알러지 반응이 온다고요? 함께 하면 그럴 일이 없다.

이마에 땀이 송송 밴 장인아 강사가 나왔다. 오늘 강의가 만족스러우셨던지 얼굴이 더 밝아졌다. 대표와 강의 피드백을 나누고 돌아갔다. 다음 주에 또 뵈어요. 뒷정리를 마치니 벌써 7시 훌쩍. 꼬르륵. 대표와 권실장은 최애 식당으로 고고. 어두워진 교육원의 전등을 끄고 문을 닫았다. 오늘 이곳에 가득찼던 배움에 대한 기대와 열기, 소통으로 인한 기쁨이 내일도 이어지기를.

내일은 첫번째 독서모임이 있는 날이다. 또 새로운 분들이 다시배움에서 에너지를 나눌 거다. 오, 설레임이 뭉글뭉글 피어난다.

마감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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