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갱년기, 우리들의 블루스

박대표 / 2022-05-29
갱년기는 남녀불문 주변을 돌아보게 만드는 시기 같아요. 여성인 저의 변화도 그랬지만, 호르몬 비율 변화로 감성이 열려 자주 울컥하는 남편을 보면 더 실감됩니다. 단단히 무장하고 살아온 남성 껍데기에 구멍을 숭숭 뚫어준 갱년기 변화로 주변에 더 쉽게, 더 자주, 더 많이 영향을 받아 그런 자기를 더 잘 들여다 보고 주변 사람들도 어쩔 수 없이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죠. 살아온 모든 방식이 흔들리고 바뀌는 때입니다.

그런 변화를 당황스럽게 여기며 숨기려고 하지 않으면, 지나온 '가오(얼굴=페르소나)'에 매달리려고 발버둥치는 것만 빨리 관둬도 새로운 길이 열립니다. 새로운 것도 누리고 새로운 것도 즐기고.

남편 자랑을 하겠습니다. 그는 제가 볼 때 그의 친구들 중에서 제일 뻘리 가오를 벗고 맘 편히 울기 시작한 사람입니다. 그 시작엔 배우자의 역할도 커서 (놀리거나 놀라는 것 금지!) 결국 조금은 제 자랑이 되겠네요.

요새 남편과 드라마 보기가 재밌습니다.

다시배움 교육원은 주말 수업이 제일 많아서 퇴근하면 토욜 밤 11시입니다. 요새 <나를 깨우는 연기> 1기 수업이 한창이라 재밌는 3-4시간이 후딱 지나고 집에 오면 학수고대 기다리는 드라마 두 편을 놓칩니다. 일단 곯아떨어지고 다음날 넷플릭스로 <우리들의 블루스>와 <나의 해방일지>를 다시 보기 합니다.

남편이 지나가다 말합니다.
"나 어젯밤에 그거 보다 울었다."
"어느 대목이야? 곧 나와?"

끝까지 다 보고 엉엉 울자 그제야 남편이 자기에게 영향을 끼친 대목을 섬세하게 짚어줍니다. 다시 한 장면 한 장면, 촬영 각도, 연기 기술, 음악, 소품, 극본, 편집에 이르기까지 세세히 의견을 나누고 복기하며 같이 의견을 나눕니다. 그러곤 둘이 다시 얼싸안습니다. 저런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려내는 원작자의 시선과 생각에 감탄하며, 같은 걸 느꼈다는 감동에 우리끼리 안는 거죠. ㅎㅎ

갱년기를 같이 지나가며 함께 늙는 배우자와의 변화는 서로 짠하고 마음 통하는 축복의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의 블루스인 거죠. 함께 하는 삶이. 늙는 당신, 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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