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서울 촌놈의 해방일지

박대표 / 2022-06-06
서울시가 지원하는 동네배움터로 다시배움 교육원의 <힐링 무브먼트> 강좌가 지난 주 무료로 개강했어요. 마포구청에서 지원하고 관리하지만, 사실 어느 지역에서 오든 배우겠다는 학생은 막을 이유도 명분도 없지요. 그런데 첫날 전라도 분이 자기 소개할 때 혹시라도 물으면 서울 사람이라고 말해야지 하고 맘먹고 계셨답니다. 결국 사실대로 다 얘기하셨지만요.^^ 온라인 수업은 전국구로 가자고 연 건데 괜히 걱정하셨어요~ 그런데 그 분이 하신 이야기가 인상적이네요.

"우리는 다 서울로 놀러 가는데, 왜 서울 사람들은 내가 있는 이런 시골로 오는지 모르겠어요, 뭐 볼 게 있다고?"

아아... 저는 서울 촌놈입니다. 서울에서 태어나서, 학창시절 내내 서울에 있었고, 결혼도, 일도 다 서울에서만 했어요. 그것도 마포구 토박이로 다른 구에 살아본 적도 없답니다. 그래서 때만 되면 서울의 번잡함을 피해 시골로 가곤 하죠. 서울은 정말 날마다 집 부수고 새로 짓고, 관광객에 젊은이들에... 생기도 넘치지만 시끄러워요. 다시배움 교육원과 제가 사는 홍대입구는 특히 더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희 부부는 일요일이면 아침 댓바람부터 차를 달려 전국 방방곡곡 산으로 갑니다. 바라바리 캠핑 도구 싸서요. 그러느라고 다시배움 교육원 일정을 애초부터 일~월 휴무로 삼았지요. 화요일 수업도 오전 오후는 잘 안 잡아요. 2박하고 늦게 올 수도 있어서요. 완전 주인장 맘대로입니다.^^

지난 달에 다녀온 월출산 국립공원은 정말 최고였어요. 도갑사에서 올라 구비구비 모든 봉우리와 기암을 다 구경하고 천황야영장 쪽으로 내려오면 8.2km 정도인데 절경이 각도마다 달리 펼쳐져서 사진 찍느라고 6시간이나 걸렸네요. 쉬운 코스는 절대 아닙니다. 산쟁이인 저도 살짝 너덜너덜하다 느끼며 내려왔으니까요. (천황야영장에서 택시 불러서 도갑분소주차장으로 돌아가면 20여분 걸리고 2만원 정도 나옵니다. 그래도 이 종주 코스가 제일 좋아요.)

이번에 전라도의 숨은 보석을 발견해서 기뻤습니다. '숨은'이란 서울촌놈이 미처 몰랐다는 말일 뿐.^^ 아직까지 북한산의 아름다움을 능가하는 산을 못봤다고 생각했는데, 월출산은 북한산을 잠시 잊게 하네요.

저희 부부는 이렇게 싸돌아 다니면서 기운이 잘 맞는 지역을 찾으면 수첩에 적어놓습니다. 몇년 뒤 이 서울촌놈은 서울집을 전세 주고 더 늙기 전에 리스트에 올려진 지역들을 돌어다니며 전국구로 살아보려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2006)처럼 사정이 맞는 사람이 있으면 서로 사는 집을 바꿔서 살아볼 수도 있을까요?

우리나라 구석구석 서로 다르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배우며 살아보고 싶습니다. 해외가 아니라 내 나라가 더 궁금해지고, 우리나라 사람들 간의 차이에 흥미가 더 크게 당깁니다. 요새 인기 있는 JTBC 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만 봐도 그렇잖아요?

살아온 풍토가 각자를 해방시켜야 할 숙제를 다르게 만듭니다. 저도 다 다시배우려고 합니다. 속속들이 더 많이 해방시키고 싶어요. 일단 이 서울 촌놈 티부터 벗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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